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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시니어레터 009] 때론 독이 든 성배가 되는 칭찬

고대 태국 왕국에선 공적이 아주 큰 신하에게 왕이 특별히 ‘하얀 코끼리’를 선사했다. 불교가 국교인 ‘코끼리’를 신성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중에서도 ‘하얀 코끼리’는 가장 높은 수준으로 신성시되었던 동물이었다. 그 유래는 ‘석가모니의 모친 마야 부인이 하얀 코끼리가 자신의 옆구리에 들어오는 태몽으로 석가모니를 회임했다’는 전설이다. 그래서 밀림에서 ‘하얀 코끼리’가 밀림에서 발견되면 포획해서 반드시 왕에게 헌상하고, 왕궁에 모셔지던 관례가 있었다.

 

이런 ‘하얀 코끼리’가 왕으로부터 하사를 받은 신하는 온갖 정성을 다해 부양해야 할 의무를 갖게 된다. 갓 태어난 코끼리도 100kg이 넘는 거구인데 다 자란 몸무게는 최소 2.5ton에서 6ton에 이른다. 아시아 코끼리는 하루에 100kg 이상의 먹이를 해치우는 식성을 가진지라 수명 50~70년 동안 먹어치우는 식탐을 해결하는 것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데, 커다란 거처가 필요하고, 이를 관리해야 하는 사람이 한둘로는 감당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과연 왕이 하사한 ‘하얀 코끼리’는 얼마나 큰 복덩이였을까?


실제로 ‘하얀 코끼리’는 다른 코끼리들보다 ‘약간 더 밝은 피부’를 가졌다는 유달스러움으로 해서, 신화를 만들고, 의미를 확대했을 뿐, 특별한 마력을 지니지는 아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피부색이 조금 다르다고 해서 ‘무지에 갇혀 불안했던 사람들’ 사이에서 ‘신성’함으로 둔갑한 것뿐이었고, 진정 왕이 하사한 ‘하얀 코끼리’는 감히 왕권에 도전하려는 싹을 덮으려는 마음으로 2인자에게 값진 포장으로 피할 수 없고 견디기 어려운 고통 덩어리를 준 셈이었다.

 

이제는 흔히들 떠나는 해외 여행. 여행사에서 알려주는 상품 안내를 보면 ‘호텔 등급’으로 별이 몇 개라는 정보가 빠지지 않는다. 1성급은 객실, 욕실이 있고, 조식이 가능한 곳이다. 2성급 호텔은 1성급 기준에 식음료 부대시설이 있고, 3성급은 2성급 기준에 1개 이상의 레스토랑, 로비, 라운지, 휴식공간이 있는 곳이다. 4성급은 3성급 기준에 비즈니스 센터, 2개 이상의 레스토랑, 연회장, 국제회의장, 12시간 이상의 룸서비스, 피트니스 센터가 있어야 하고, 가장 높은 등급의 5성급 호텔은 4성급 기준에 품격 있는 호텔 로비, 뛰어난 품질의 침구와 편의용품이 있는 객실, 고급 메뉴가 있는 3개 이상의 레스토랑, 대형 연회장, 국제회의장, 비즈니스 센터, 피트니스 센터, 24시간 룸서비스가 되는 곳이다. 여행후기에는 별등급이 맞느니 틀리느니 말이 많이 오간다. 6성급, 7성급은 광고와 홍보용 표현일 뿐, 공식적인 등급 기준은 아니다.

 

호텔 뿐만 아니라, 식당에도 등급이 있다. 미쉐린 별등급을 탄생시킨 앙드레 미슐랭은 당시 내무부 산하 지도국에 근무하고 있었으며 프랑스를 여행하는 운전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주자는 취지 아래 무료로 배포되는 여행, 식당 정보 안내서를 펴냈다. 영국식 발음 미쉐린과 불어식 발음 미슐렝은 같은 말이다.

 

1900년 미쉐린 타이어에서 타이어 구매 고객에게 무료로 나눠 주던 자동차 여행안내 책자에서 출발했다. 미쉐린 가이드가 미쉐린 타이어 회사 부설 여행 정보국에서 발간된 것은 앙드레 미슐랭이 세계 최초로 분리, 조립되는 타이어를 발명하여 미쉐린 타이어 회사를 만든 에두아르 미슐랭의 친형이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타이어 정보, 도로법규, 자동차정비요령, 주유소 위치 등이 주된 내용이었고 식당은 그저 운전자의 허기를 달래주는 차원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정보가 해가 갈수록 호평을 받자 1922년부터 유료로 판매하기 시작했고, 이후 대표적인 식당지침서로 명성을 날리게 됐다. 그 후 100년의 세월 동안 엄격성과 정보의 신뢰도를 바탕으로 명성을 쌓아 오늘날 '미식가들의 성서'와 같은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원칙적으로 가이드의 평가원(Inspector)은 식당, 호텔, 케이터링 업계 경력이 있는 미쉐린사의 정직원이다. 이들은 해당 지역에 관해 타당성 조사가 몇 차례 진행된 뒤에 투입된다. 평가원은 절대로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으며, 당연히 모든 요리 대금을 낸다.

 

평가원들의 평가 기준은 다음의 다섯 가지다. 1. 요리 재료의 수준, 2. 요리법과 풍미에 대한 완벽성, 3. 요리의 개성과 창의성, 4. 가격에 합당한 가치, 5. 전체 메뉴의 통일성과 언제 방문해도 변함없는 일관성이다. 보면 알 수 있듯, 철저하게 '요리'에 대한 평가이며, 식당의 '분위기'나 '서비스'는 고려하지 않는다.

 

이렇듯 미쉐린 스타는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특히 소중하다. 국외 미식가들을 불러 모으는 여행객모집 능력에서 타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는다. 국외 미식가 손님들의 방문은 고급 레스토랑의 생존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 음식 평론가는 ‘국내 고급 레스토랑의 소비자는 3천~5천 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들만을 가지고 고급 레스토랑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없다.

 

미쉐린 스타를 획득하고 유지하려면 끊임없이 투자해야 한다. 값비싼 음식재료를 아끼지 않고 사용하고, 실내장식, 식기, 가구도 최고급으로 가능한 한 자주 바꾸어야 한다. 극진하고 여유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손님을 많이 받을 수도 없고, 테이블 당 종업원의 숫자도 많아야 한다. 그러니 식당 하나만으로 이익을 내기 어렵다. 그러니 부대사업에서 돈을 벌어 충당하는 수밖에 없다. 더욱이 미쉐린 스타에 선정되자마자 건물주는 임차료 인상을 통보하기 마련이다.

 

삼 개월 전에 떠난 삼겹살집에 ‘조금 높은 가격이지만 신선하고 깨끗한 식품을 집집이 원하는 시간에 배달하겠다'는 식료품점이 아파트 상가에 들어섰다. 아주 자신 있는 슬로건에 의심의 눈초리가 오갔지만, 다녀온 아파트 주민의 ‘식품’의 평가는 100인 1색으로 별 다섯개 평가에 놀랍게 일치했다. 아주 오랜만에 들어보는 공통된 평가에 모두 공감했다. 우리 동네에 좋은 식료품점이 들어섰다고 자랑이 되었다.

 

그런데 조금 덜 신선하더라도 조금 더 낮은 가격의 식품을 사려는 서민의 직접적인 열망과는 결이 달랐다. 값이 비싸다는 조언에 품질유지를 내세워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모양이었다. 질은 조금 낮지만 조금 싼 물건은 들어오지 않았다. 2~3주 개업빨이 지나니 손님들의 발길이 눈에 띠게 줄어드는 듯 싶었다. 민심은 '칭찬은 하지만 구매는 다른 곳'으로 기울었고, 6개월 뒤 결국 문을 닫았다. 아쉽지만 동네 오성급 식료품점은 6개월이 수명이었다.

 

과거의 성공과 호평, 명예가 오늘 당면하고 있는 운선 순위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데 있어 방해가 되기도 한다. 칭찬을 받으면 고래도 춤을 춘다고 하지만, 때론 독이 든 성배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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